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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회성은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능력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며, 불편한 상황에서는 적절하게 거절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능력까지 함께 포함됩니다.
특히 유아기에는 복잡한 사회적 상황을 말로만 설명하기보다 놀이를 통해 직접 경험해 보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역할놀이는 아이가 실제로 경험했던 일을 다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 연습하기 좋은 방법입니다.
저희 아이들도 역할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와의 관계, 자신의 감정 표현, 갈등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같은 쌍둥이지만 놀이를 좋아하는 방식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이마다 참여하는 방법을 존중하면서 일상적인 경험을 놀이로 연결하려고 합니다.
아이마다 다른 놀이 방식에서 시작하는 사회성 교육
딸은 어릴 때부터 역할놀이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소꿉놀이를 하면서 엄마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즐겼고, 놀이 속에서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 내는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반면 아들은 처음부터 역할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로봇이나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이 관심을 가진 놀이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딸과 역할놀이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놀던 아들이 어느 순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고,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정해 놀이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모든 아이가 같은 방식으로 사회적 놀이를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먼저 말을 걸고 놀이를 주도하지만, 다른 아이는 주변 상황을 충분히 관찰한 뒤 천천히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역할놀이를 할 때도 아이에게 억지로 참여하도록 요구하기보다 관심을 보이는 순간 자연스럽게 끌어주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때 “오늘 재미있었어?”라는 질문에서 끝내지 않고 “오늘 친구랑 무슨 일이 있었어?”, “그때 너는 어떤 기분이었어?”, “친구는 어떻게 생각했을까?”처럼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실제 경험이 역할놀이의 소재가 됩니다. 부모가 친구 역할을 맡고 아이가 자신의 역할을 맡아보기도 하고, 반대로 아이가 친구 역할을 맡아보게 할 수도 있습니다.
-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놀이 소재로 활용합니다.
- 부모와 아이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봅니다.
-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 같은 상황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해 봅니다.
- 놀이가 훈육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편안하게 진행합니다.
역할놀이는 특별한 교구가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인형이나 자동차, 로봇, 종이컵처럼 집에 있는 물건만 활용해도 친구와의 갈등이나 양보, 사과, 거절 같은 다양한 상황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역할놀이로 살펴보기
최근 아이가 유치원에서 경험했던 일을 통해 역할놀이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친구와 부딪히면서 친구가 손에 맞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아들에게는 친구를 때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몸에 손이 닿았기 때문에 자신이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그 상황을 직접 보고 계셨습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당시 있었던 일을 천천히 설명하도록 했고, 일부러 친구를 때린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다만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주변 사람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행동까지 무조건 괜찮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친구가 가까이 있을 때는 손을 너무 크게 흔들지 않도록 조심하기로 했고,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이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이와 다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음부터 조심해야 해”라고 한마디로 끝내기보다 당시 상황을 놀이처럼 다시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가 친구 역할을 맡고 아이가 자신의 역할을 맡아 상황을 재현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역할을 바꾸어 아이가 친구 역할을 해보도록 했습니다.
역할을 바꾸자 아이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걸어가면서 팔을 크게 흔들어 아이의 몸에 닿는 상황을 만들어 보자 “그러면 아플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면서 행동의 결과를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에는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아이가 직접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주변에 친구가 있다면 팔을 크게 흔들지 않기, 친구와 부딪혔다면 괜찮은지 먼저 물어보기, 의도가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아팠다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기 등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이런 역할놀이는 아이가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미리 연습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친구와 갈등이 생긴 순간에는 감정이 먼저 올라오기 때문에 평소 알고 있던 말도 쉽게 떠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비슷한 상황을 놀이처럼 여러 번 경험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배려와 양보만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사회성을 가르칠 때 흔히 양보와 배려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함께 지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참고 상대방에게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집에서는 부모에게 큰소리를 내거나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비교적 조용하고 순한 모습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지나치게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해도 된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친구가 원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놀이를 억지로 할 필요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하기 싫은 놀이를 계속하자고 한다면 “나는 그 놀이는 하기 싫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그럼 너랑 안 놀 거야”라고 말하더라도 반드시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그래. 그러면 나는 다른 친구와 놀 거야.”
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 당장 함께 놀 친구가 없다면 잠시 혼자 놀아도 괜찮다고 알려줍니다. 누군가와 계속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알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의 물건을 빼앗거나 밀고 때리는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라는 기준을 알려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표현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착한 아이가 되려면 항상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양보할 수도 있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 싫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의사를 말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친구의 부탁을 모두 받아줄 필요는 없다고 알려줍니다.
- 불편한 감정을 신체 행동 대신 말로 표현하도록 연습합니다.
- 친구와 놀지 못하는 상황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 자신을 지키면서 상대방도 존중하는 방법을 함께 가르칩니다.
역할놀이가 아이의 독립적인 관계 형성으로 이어지기를
저 역시 어린 시절 친구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사람과 두루 친하게 지내기보다는 마음이 맞는 몇 명의 친구와 편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때로는 친구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특별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제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처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누군가를 험담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았고, 불필요한 갈등에 휘말리기보다 제 역할을 꾸준히 해내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었고 15년 장기 근속을 하면서 업무 능력도 인정받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능력보다 자신의 일을 책임지고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는 태도도 사회생활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꼭 친구가 많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에게 불편한 행동을 당했을 때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고,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다쳤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무조건 울거나 화내는 대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건강한 사회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부모가 모든 상황에 함께 있을 수 없습니다. 유치원과 학교를 지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부모의 도움 없이 친구를 만나고 갈등을 해결하며 자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지금 집에서 역할놀이를 하며 다양한 상황을 연습해 보고 있습니다. 친구와 다투는 상황, 사과하는 상황, 지나친 장난을 멈춰 달라고 말하는 상황, 싫은 부탁을 거절하는 상황, 친구가 “너랑 안 놀겠다”고 말하는 상황까지 여러 장면을 놀이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대사를 외우게 하는 것보다 직접 생각해서 말하게 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때 너라면 뭐라고 말할 것 같아?”라고 물어보고 아이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마음에 드는 표현이 나오면 그대로 칭찬하고, 조금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면 다른 표현도 함께 만들어 봅니다.
모든 갈등 상황을 미리 준비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아이가 울거나 당황할 수도 있고, 집에서 연습했던 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 역시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실수하지 않도록 모든 상황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일을 함께 돌아보고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육아를 하면서 제가 바라는 것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도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곁에 없을 때에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기를 바랍니다. 역할놀이는 그 과정을 준비하는 작은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특별한 교육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면 하루 동안 있었던 작은 사건 하나를 꺼내 이야기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때 너는 어떤 기분이었어?”, “친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말해볼까?”와 같은 질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소꿉놀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활동도 아이에게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는 사회적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친구를 만나고 어떤 사회생활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지키면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갖춘다면 새로운 환경에서도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