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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학부모 면담을 앞두고는 그냥 선생님이 다 얘기해주시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5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렸고, 정작 묻고 싶었던 건 하나도 못 물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저는 면담을 완전히 다르게 준비하게 됐습니다. 특히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반이 달라지면 면담도 두 배, 뛰어다니는 것도 두 배라 1분 1초가 진짜 아깝습니다.
면담 준비, 선생님만 하는 게 아닙니다
면담을 잘 활용하려면 부모 쪽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두 번째 면담 때부터 깨달았습니다. 원에서는 개별면담(Individual Parent Conference)에 앞서 유아 관찰 기록지를 정리하고, 가정 연계 상담 포인트를 미리 점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서 개별면담이란 담임교사가 학부모와 일대일로 만나 유아의 발달 상황을 공유하고 가정과 원의 양방향 소통을 이끌어내는 구조화된 상담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준비가 잘 된 선생님도 막상 면담 자리에서는 잡담으로 흘러가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선생님이 유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해결 방안을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솔직히는 학부모 쪽 언변에 끌려가는 상황도 있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선생님 말씀에 그냥 "네, 네" 하고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은 면담 전에 제가 질문할 내용을 미리 메모해두고, 그걸 사진 찍어서 핸드폰에 저장해 둡니다. 면담 중에 핸드폰을 보면서 질문하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이게 오히려 선생님도 "아, 이 분이 진지하게 준비했구나" 하고 받아들이시는 것 같았습니다. 쌍둥이라 다른 반일 때는 한 반 면담이 끝나면 바로 다음 반으로 날아가야 하니, 준비 없이 들어가면 정말 아무것도 못 얻고 나오게 됩니다.
개별면담의 본래 목적은 부모가 자녀의 또 다른 면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무심코 해왔던 행동이나 감정을 되돌아보는 데 있습니다. 동시에 교사 입장에서도 가정환경과 유아의 집에서의 모습을 파악해야 더 정확한 발달지도가 가능합니다. 그러니 이 짧은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쓰려면, 부모가 먼저 질문 리스트를 들고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면담 전 질문 내용을 메모해 사진으로 저장해 두면 현장에서 빠르게 확인 가능합니다
- 가정에서의 놀이 형태, 좋아하는 장난감, 주로 노는 상대방 등 구체적인 정보를 미리 정리하면 교사와의 대화가 훨씬 깊어집니다
- 대면 면담은 전화 상담보다 훨씬 세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질문 없이 들어가면 시간 낭비가 됩니다
- 반이 다를 경우 면담 일정을 미리 확인해 이동 동선까지 계획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래 사회성, 집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면담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또래관계입니다. 저도 아이들이 어릴 때 선생님께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해요"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솔직히 '이 나이에 혼자 노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또래관계 발달의 맥락을 조금 더 알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또래관계(Peer Relationship)란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맺는 수평적 사회 관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어른이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와 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또래와 놀 때는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리드하거나 허용해주는 상황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이런 사회적 역량(Social Competence)은 성인이나 형제와의 놀이만으로는 충분히 발달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성이 부족한 유아의 경우, 가정에서 성인 위주의 놀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또래 집단 안에서 좌절감이나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질감이란 여기서 나만 다르다는 분리감을 뜻하는데, 이게 쌓이면 자연스럽게 또래 집단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행동이 굳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면담에서 받은 조언도 결국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또래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거나, 비슷한 또래가 있는 놀이 환경을 부모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사회성은 유치원에서 알아서 길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원에서 보내는 시간 외에 가정에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아이에게 직접적인 모델링(Modeling)이 됩니다. 모델링이란 아이가 주변 어른의 행동을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 배우는 학습 방식으로, 교실 안 교육 못지않게 가정 환경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NAEYC(미국 유아교육협회)에서도 유아기 또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출처: NAEYC(미국 유아교육협회)
쌍둥이를 키우다 보면 "같은 반이 좋냐, 다른 반이 좋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비교가 될 것 같아서 저는 솔직히 다른 반을 더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먼저 같은 반을 원했습니다. 막상 같은 반이 됐는데, 유치원 안에서는 각자 본인 성향에 맞는 친구들과 따로 논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공간에 서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육아정책연구소에서도 영유아기 안정적 애착 환경이 또래 관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맥락에서 보면, 아이들의 선택이 꽤 합리적이었다 싶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학부모 면담에서 꼭 물어봐야 할 질문이 뭔가요?
A. 일반적으로 아이의 원 생활 적응도, 또래관계, 좋아하는 활동 등을 묻는 것이 기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집에서는 잘 하는데 원에서는 어떤가요?" 또는 "특별히 선생님이 관찰하신 점이 있나요?"처럼 교사가 직접 관찰한 내용을 끌어내는 질문을 덧붙이는 편입니다. 미리 메모해 두고 들어가면 짧은 시간 안에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아이가 친구를 잘 못 사귀면 집에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나요?
A. 또래관계는 억지로 가르친다고 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 제 경험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같은 나이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거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부모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모습을 아이 앞에서 직접 보여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Q. 쌍둥이는 같은 반이 좋나요, 다른 반이 좋나요?
A.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입니다. 독립적인 또래관계 형성을 위해 다른 반을 추천하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정서적 안정감을 중시해 같은 반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다른 반을 더 선호했지만, 아이들이 원할 때는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아이들이 어느 쪽에서 더 안정적으로 지내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게 정답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Q. 면담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대면 면담이 전화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건 제가 직접 비교해보며 느낀 부분입니다. 시간이 짧다면, 면담 후 궁금한 점은 알림장이나 개별 연락을 통해 이어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그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역시 미리 핵심 질문 2~3개를 정리해 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결론
학부모 면담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함께 유아를 이해하는 협력의 시간입니다. 제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결론은 단순합니다. 준비해서 들어가면 얻는 게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면 잡담만 하다 나오게 됩니다.
또래 사회성이나 가정에서의 행동 패턴처럼 민감한 주제일수록, 미리 관련 개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들어가면 선생님 말씀이 훨씬 잘 들립니다. 쌍둥이 면담처럼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음 면담 전에 질문 리스트 하나만 만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chaisplay.com/stories/1493-유치원-학부모-면담-이렇게-준비해요